본지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CCK)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태동과정과 그동안 성명서를 통해 밝힌 양 단체의 입장을 간단히 정리해봤다. 또한 이들 단체가 위기를 맞은 한국교회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명해봤다.
한국교회는 1984년 선교100주년을 맞아 교파를 초월해 성대한 기념행사를 치렀다. 이후 대회에 참석했던 교계 원로들은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함을 인식하게 됐다. 이러한 교계의 분위기 속에 1989년 1월2일 교계 원로들은 새해를 맞아 경기도 광주군 남한산성에 거처한 한경직 목사를 인사차 방문, 한국교회의 상황으로 볼 때 NCCK가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기관이 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해 2월9일 충남 유성에서 남한산성에 모였던 원로들과 뜻을 같이하는 강원용·림인식 목사 등 여러 목회자들이 준비기도회를 갖은 후, 준비위원장 한경직 목사를 중심으로 4월28일 영락교회 선교관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발기총회를 개최했다.
한기총은 동년 12월28일 36개 교단, 8개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강남중앙침례교회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명실공이 한국 개신교회를 대표할만한 역사적인 단체로 출범하게 됐다.
한기총은 이날 창립취지문을 통해 “신구약 성경으로 신앙고백을 같이하는 한국의 개신교 여러 교단과 연합기관 그리고 건전한 교계 지도자들의 협력기관으로서 각 교단 나름대로의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시대적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고자 본 연합체를 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출범한 지 18년째를 맞은 한기총은 현재 가맹교단 및 기관으로 62개 교단, 21개 기관이 모여 연합단체의 한 축인 NCCK보다 훨씬 큰 교세를 형성, 거대한 조직을 갖춘 단체로 발돋움했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사회선교, 통일운동, 민주화운동 등의 기독교 사회운동을 해온 대표적인 기독교 진보단체로 한국기독교회의 연합사업과 교회일치운동(에큐메니컬 정신)을 구현할 목적으로 설립된 교회들의 협의체이다.
NCCK는 1905년부터 시작된 재한복음주의 선교단체통합공의회와 1912년 결성된 조선예수교공의회를 거쳐, 1924년 9월24일 장로교와 감리교가 선교사업의 연합전선을 구축하고자 창설됐다. 창설 당시의 명칭은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였지만 일제의 간섭으로 유명무실해졌다가 8·15광복 후인 1946년 한국교회의 일치운동을 기치로 재발족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70년 제23회 총회 이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구세군대한본영,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가 회원으로 활동해 왔으며, 1996년 제45회 총회 이후 한국정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가 회원교단이 되어 현재 8개 교단이 회원교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등의 세계교회들과 연대하고 있으며, 독일·미국·캐나다·일본·필리핀·러시아·중국 등의 교회협의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주요 사업 내용은 한국기독교회의 연합사업과 교회일치운동, 선교 협력 등 각종 교단들과의 교류 및 정보교환을 통한 교회와 사회 재건, 빈민·농민·노동자 등의 현장 선교 그리고 인권신장과 민주화 운동, 남북교회간의 평화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양 연합기구 한 목소리 내고 있나
작금의 개신교는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은 지 오래이다. 올해 중순 한 기관이 실시한 개신교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 가까이가 ‘삶과 신앙의 불일치’라고 응답해 종교인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인 신실한 이미지가 땅에 곤구박질 쳤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일부 교회 지도자들의 타락’ ‘셀 수 없는 교단과 교파’ ‘교회의 세속화’ 등이 개신교의 비호감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를 살펴보면 교회 밖에서의 이미지 실추라기보다는 개신교내의 문제로 안팎에서 개신교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교회를 이끌고 있는 양 연합기구는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그에 따른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서로 손을 맞잡고 머리를 싸매야하며, 교회의 신뢰회복과 정체성회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렇지만 두 단체의 성향과 지향점이 다르다보니 올해 교계이슈 안건에 대해 입장차를 분명히 드러냈다.
다음은 올해 이슈안건에 대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의회)의 입장을 정리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한기총 - 필요성은 인정하나 대선 3개월 앞둔 시점에서 현 정부와 북한이 대선을 겨냥한 이벤트성 정책이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또한 회담 10여일을 앞둔 시점까지도 논제를 정하지 못함은 졸속 행정임을 단적으로 보여주었으며, 회담지가 평양인 만큼 북한의 의도대로 진행될 우려가 있다고 입장을 정리하며 제1차 남북정상회담의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신중해야 함을 강조했다.
교회협의회 - 평양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됨을 적극 환영, 남북정상간 합의한 10.4 평화선언은 우리 민족의 화해와 통일, 번영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확신이 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단행된 회담이기에 정치권과 대선후보들의 정파적으로 오판이나 폄하 되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욱 중요한 것으로 합의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실천의지를 뽑았다.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
한기총 - 사형제도는 하나님께서 주신 국가공동체에 공의를 세우기 위해 하나님께서 노아시대부터 인간 정부에게 주신 제도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이므로 어떤 사람이 고의로 다른 사람을 죽인 경우에는 사형이 시행되도록 하나님께서 의도하시고 명령하셨다며, 사형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회협의회 - 사형제도는 인간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국가가 직접 침해하는 반인권적인 형벌이며,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이 금지하고 있는 장인하고 비인간적인 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현대 형벌의 기능이 지닌 ‘교화’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한 것이며, 사회의 불완전한 요소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개인에게만 책임지우는 무책인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종교적 병역 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
한기총 -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고, 북한 핵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대체복무제는 논의할 대상이 아닌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정 종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이번 조치는 바람직한 결정이 아니며,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군복무는 의무 사항인 만큼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교회협의회 - 소수자 인권과 비폭력 평화의 관점에서 집총 기피 등 병역 거부자들에게 병역이행 대신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우리나라가 인권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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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대부흥100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올해 한기총과 NCCK는 그 어느 해보다 교단과 단체의 화합과 연합을 강조해왔다. 수많은 교단과 교파로 분열, 심각한 개교회주의와 성장지상주의 등은 한국교회가 세상의 비난을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에 한기총과 NCCK는 보수와 진보의 벽을 넘어 그동안 교계 안에 대형행사로 치러지는 여러 가지 안건에 대해 함께 의논하며, 행사를 공동주최하고 한국교회의 대사회적인 이미지 쇄신을 위해 연합운동에 앞장서 뜻을 함께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치러진 대부분 행사들은 진정한 회개와 내실을 기하기보다는 단순 이벤트성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부활절연합예배나 평양대부흥100주년기념대회 등 또 한 번의 부흥을 위해 치러진 행사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냉정했다.
한국교회가 함께 나누고 고백해야 하는 행사들이 돈으로 치장한 쇼나 이벤트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인원 부풀리기와 표면적 보여주기 식에 그쳤다는 것이다.
또한, 연합과 일치에 뜻을 모으고 있는 양 기관이 사회적 현안이나 교계 이슈와 관련해서는 진보와 보수의 성향을 드러내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때는 신본주의가 아닌 인본주의적 성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감마저 든다. 신학적인 경향이 다른 교단이 연합하여 조직돼 큰 단체를 이루고는 있지만 결국, 교세나 외형적인 힘의 논리에 휩쓸리는 것이 오늘날 교계의 현실이다. 세상보다도 더 세상 같은 모습으로 인해 한국교회는 세상의 지탄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점차 교회에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은 늘어만 가고 비기독교인들은 반기독교인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이러한 때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두 양 날개인 한기총과 NCCK가 성경에 관한 올바른 신학적인 적립이 요구된다. 2000년 전 주님께서 부탁하신 하나님의 나라의 복음은 동일한 말씀으로 우리에게 전해졌지만 중간에 분열되고 변질되어 내려왔다. 분명 한기총의 복음주의적 성향과 NCCK의 자유주의 성향과는 신학적으로 상반된 입장에 서있다. 성경을 보는 관점이 통일되고 서로 이해되지 않고는 두 단체가 연합과 일치를 주장한다 할지라도 일정 선에 이르면 서로의 이권과 권위를 내세우며 마찰을 일으킬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기총과 NCCK가 진정한 연합과 일치를 이룰 수 있는 길은 주님이 주신 동일한 말씀 곧 진리로 하나가 될 때 분쟁과 시비와 다툼이 없는 진정한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 |